

'우리마을 문화예감’이라는 브로셔를 보면서 ‘우리마을’과 ‘문화예감’을 결합한 신조어를 접한 느낌은 신선했습니다. ‘우리마을’이라는 표현은 소박함, 정겨움, 따뜻함, 이웃 같은 단어들을 떠오르게 했고, ‘문화예감’의 ‘예감’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본능적으로 미리 느끼는 감정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프로그램 제목만으로도 어떤 종류의 문화 활동들이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마을 문화에 필요한 요소들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한 문화 활동을 다섯 개 분야로 구분하여 기획되었으며, 매 회차마다 주제가 다른 문화 영역에서 ‘문화 예감’을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준비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어린이와 어른들의 사랑방이자 문화놀이터 역할을 해온 ‘작은도서관 웃는고래’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40~60대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클래스’와 마을 내 직장인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라는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되며, ‘세대교류’와 ‘마을연대’라는 큰 주제를 품고 이제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자 평생학습 현장에 모인 참여자들은 각자의 자리를 채우며 낯선 이웃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주고받았습니다.
매 회차 첫 프로그램은 특별히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시간으로 시작됩니다. 도서관 관장님의 진행으로, 당일의 문화 활동과 어우러지는 주제의 그림책을 함께 읽고 해설하면서 몰입감과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시간입니다.
첫날에는 서로의 닉네임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는 서로를 ‘○○○님’이라고 부르며 더욱 정감 있는 이웃으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참석자들은 문화 활동에 대한 기대감으로 학습 공간을 찾았으며, 처음에는 다소 서먹했지만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금세 분위기는 편안해졌습니다.

급변하는 사회, 점점 디지털화되는 세상 속에서 우리들이 진심으로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여전히 진정한 관계와 소통일 것입니다. 우리 내면에서는 점점 더 문화적 갈급함과 정서적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첫날 수업인 ‘커피 제대로 배우기’는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음료인 커피에 대한 것입니다. 카페 운영과 로스팅을 전문으로 하는 강사님을 모시고, 커피 문화와 원두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커피 생두의 모습부터 시작해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가 변화하는 생생한 모습을 살펴보고, 직접 원두를 시식하며 향을 느껴보는 실습도 있었습니다.
로스팅 단계별 원두의 형태와 향을 확인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문화 체험 현장이었습니다.
커피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원두의 세계를 직접 배우고 체험하면서 커피에 한층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각 로스팅 단계별 원두를 분쇄한 후, 강사님의 핸드드립 시연을 통해 추출된 커피를 시음한 시간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참가자들은 원두별로 다양한 취향을 공유하며 각 커피에 대한 호불호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취향은 어쩌면 문화적 이질감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며 오히려 이질감조차도 즐거운 문화 체험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예가체프’ 원두를 선택하여 4단계 로스팅을 거친 결과를 보여주시며, 1단계 로스팅 원두는 커피를 차처럼 마시는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셨습니다.
비록 대중적이진 않지만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은 직접 시음하며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평소 접했던 커피의 종류나 제조 방식에 대해 질문을 했고, 강사님은 꼼꼼하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커피의 세계가 얼마나 다양하고 특별하게 명명되고 블렌딩되는지를 생생하게 안내해 주셨습니다.
커피의 신맛, 단맛, 쓴맛을 앞으로는 더욱 섬세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카페인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커피를 즐기는 각자의 생활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공유되었습니다.

‘커피 제대로 즐기기’라는 주제에 걸맞게, 커피의 정석만을 쏙쏙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커피나무에서 자란 열매가 원두로 가공되고, 로스팅을 거쳐 다양한 커피 음료로 확장되는 과정까지 알게 되며, 참가자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속담처럼 이제 커피를 마실 때 더 많은 맛과 향을 느끼게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로스팅 원두를 소분하여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각자 배운 방식대로 원두를 분쇄하고, 핸드드립으로 정성껏 커피를 추출해보며 오늘 만난 ‘예가체프’의 향을 다시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참석자는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이 자리에 참석해 기쁘다”며 만족감을 표현했고, 외국인 참가자도 “모국의 커피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처음의 어색함은 점차 사라지고,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따뜻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문화를 배우고 나누는 일은 결국 함께하는 인간다운 실천임을 다시금 느끼게 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민화, 화분 만들기, 허브 체험, 캘리그래피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활동들은 전시회로 이어질 예정이며, 단순한 체험을 넘어 품격 있는 마을 문화를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마을 문화예감’이 더 많은 이웃마을로 전해져 문화적 연대와 격려가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글 | 서경자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